백수의 사랑이야기 2
백수의 사랑이야기 2013. 1. 20. 06:04백수 : 오늘 잘못했다간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걸까?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값으로 한 열권을 본모양이다. 그녀가 그걸 눈치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에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 자도 세권 이상은 안했는데.. 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니까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두 겁이 졸라 많이 났다. 만화책을 덮고 실 집으로 갈려고 했는데 ..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한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그 자식이 "머 머야. 이새끼.. 니가 먼데 끼드는데..."라고 말했다. 나이도 어린게 반말을 썼다. 기분이 엄청 더러뎬? 보통 영화나 연속극의 이런 상황에서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 걸 본적이 있어서 나두 그렇게 말할려구 했는데 그기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나 백수다" 라고 말해버렸다. 아까 맞은 녀석까지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자식들 아주 악랄한 놈들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덩치가 좀있고 인상이 더러버 보였는지 그냥 있는 돈이 이거뿐이라며 내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자리에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뭔가 위로의 말은 해 주어야겠는데. 할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내가 백수라고 말한걸 분명히 들었을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만화방아가씨 : 오늘 큰 낭패볼뻔 했다. 어떤 고딩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이나 보냐.. 몹시 열받았다. 그래서 돈내라고 했더니 툭툭 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걸었나 싶었다. 겁도 났다. 눈물이 날려는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 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그러다니 갑자기 너무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고 있으면 그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으로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늘 잠자리에 드는데 날 도와준 그가 자꾸 눈에 어린다. 내일 그가 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하나 끓여 주어야 겠다.
백수 :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그녀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와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와 표고버섯 시금치등을 사가지고 왔다. 육수도 만들어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것이다. 방부제 든 시제품 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 어렵고 정성도 결여된 것이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근데 이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닳아져 가는 육수를 보며 그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질려고 하면 꼭 딴쪽으로 샌다.
백수 : 오늘 컵라면 하나 사가지고 만화방에 갔다. 어짜피 백수라고 알려진 것. 더이상 쪽팔릴것두 없다. 그녀가 오늘따라 화사하다. 용기를 내어 "아..아...아줌마 뜨거운 물 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으이그... 아가씨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을 부어주었다. 근데 라면 맛이 이상하다. 상한거 같다. 이상한 고기 비린맛이 났다. 아까왔지만 화장실에 부어버렸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컵라면을 가지고 만화방에 왔다. 라면 개시하라는 무언의 시위같다. 그가 또 아줌마라 그랬다. 엄청 얄미웠지만 그때 도와준일도 있고해서 인심을 써 육수를 부어주었다. 근데 녀석이 라면을 먹다말고 화장실로 간다. 먹으면서도 쌀수가 있다니 부러운 놈이다.
백수 : 오늘 만화방에서 더럽게 생긴 두녀석을 보았다. 한녀석은 노란추리닝에 피시에스를 낀놈이고 한녀석은 짝이 안맞는 딸딸이를 신고 있었다. 저녀석들 부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고혹한 모습으로 계산대에 앉아 졸고 있다.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그녀석 말고 눈에 띠는 녀석이 둘이 들어왔다. 내가 만화방 차린게 후회된다. 저것들도 단골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노란 추리닝 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 그랬다. 딸딸이 녀석은 라면을 시켰다. 죽고싶다. 계산하고 나갈때 딸딸이 녀석이 동전을 한움큼 내놓고 갔다. 애들 콧물이 묻어 있는거 같은 느낌이 왔다. 추리닝녀석은 피시에스를 꺼내더니.. " 내가 말이야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어.."라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마지막에 "아줌마 이거 피시에스에요"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다. 왠지 지구인이 아닌거 같았다. 백수그녀석이 오늘따라 멋있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딸딸이(특별출연) : 만화방 여주인이 이뻤다. 이백수 친구만 안데리고 왔어도. 여기를 단골로 다닐텐데.. 저녀석땜에 쪽을 다팔았다. 짝재기 딸딸이도 왠지 맘에 걸린다. 라면을 시켰는데 주인 아가씨가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 이녀석이 아줌마라 불러서 화가 났나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짤짤이해서 딴 동전들 뿐이다. 나갈때 좀 쪽팔리겠다.
노란 추리닝(특별출연) : 졸라 야한 만화책이 많다. 재밌다. 주인 아줌마한테 핸펀 자랑이 하고 싶다. 나갈때 자랑하고 나가야쥐..
백수 : 오늘 만화방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계산하려고 나왔는데 마침 그녀가 누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나부다. 계속 웃는다. 날보는 눈짓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것 같다. 오래 해도 돼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 얼굴 쳐다본 적이 그전에 있었던가..? 행복하다.
만화방아가씨 :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기분이 심란해서 오늘밤에 여기로 온다 그런다. 친구와 그렇게 전화를 하는데 그 백수 녀석이 계산대에 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코 위에 짜장이 엄청 묻어 있다. 저렇게 생긴것두 웃긴데 짜장까지.. 막 웃었다. 친구가 얘기하다 말고 왜 자꾸 웃느냐고 지랄을 했다. 뭐가 묻었는지도 모른채 그는 행복한 표정이다.
백수 : 예전 만화방주인일 때는 만화방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 하나 안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 맡길 사람이 어디껏나..
만화방아가씨 : 내일은 내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 봐준다고 그랬다. 할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녀석이 떠올랐다. 나쁜 녀석 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거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 겠다.
백수 :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 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 밤은 그녀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아침 일찍 왔다. 제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가느냐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되었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백수 : 아침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가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 달내로 시집을 가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같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 둘앞에 내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백수가 내가 늘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구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러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녀석은 좀 좋아질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이 나빠서 다다음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럼..으..하여간 시집 잘가쇼.. 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구 아까 신간 값치루고 남은 삼천오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 그리구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서 삐진 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 백수 녀석 여전히 속 하나는 좁은 거 같다.
백수 :그녀가 선본다는 게 분했다. 어떤 녀석이 만화책값으로 10원짜리 스무 개를 냈다. 열받는데 석유를 붓는거 같았다. 그중한개를 냅다 그녀석한테 던졌다. 근데 이녀석이 쉽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X나게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리에 나오라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댄다. 나는 어떡하라고 ..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만화방아가씨 :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라 왠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하다 영화 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그녀석하구 영화나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주 토요일저녁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표 두장 예매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백수 :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구개월째다. 여전히 내일기장엔 그녀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늘 놀이터벤취에 앉아서 담배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보았다. 선본 남자는 어떤 놈일까 생각해 보았다. 백수는 아니겠지.. 그녀가 보고싶지만 나두 존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싶어 꺼이 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하고 기운내라며 곰탕을 끓여 주셨다. 곰탕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인기최고인 영화다. 재밌을거 같다. 불현듯 이번 주말에 그 선본 놈하고 그녀가 이영화를 보러갈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배아프고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보인다. 오늘로 오일째다. 만화방 보아준거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 볼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해진다. 그녀석이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수 :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 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예매해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인공 얼굴과 그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 온다. 그냥 피식 웃고만 말았다.
백수 :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두 장가가게 선좀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리구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 나는 머리를 식힐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지 3일만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몸을 돌볼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 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이 별루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백수 :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데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참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 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그랬을까. 아팠던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백수 : 들어서자 마자 흠짓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구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토났나? 연기되었나.?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 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걸 보았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있는 빗자루가 맞으면 상당히 아플것 같은 무기로 보였다. 그래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만화방아가씨 : 이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말이냐..?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냐? 진짜 바보다. 어떻게 선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수 있나. 이런 바보 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결혼 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봐요."하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터 그가 다시 나올 것 같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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