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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사랑이야기 4

백수의 사랑이야기 2013. 1. 25. 07:29

만화방아가씨 : 저 백수 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 거 같은데... 내 생각인가..? 그 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 녀석이 날 보고 무얼 생각할까. 궁금하다. 그 녀석 너무 말이 없다.

추리닝 (또 한번 특별출연) : 옆에 있는 백수같은 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폰 없는 녀석같다. 이 폰에 눈독들이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보여 줬다.

백수 : 아침 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 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거 같다.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 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 건지도 몰랐단 말이.? "예? 아.. 예"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 햐.. 저녀석이 준 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 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수 : 그녀가 말붙인 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거시기요.. 요번 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 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 가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 갈려고 했던 그영화다.그리고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백수 :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 봐드릴 수도 있는데..같이 보러 안가실래요?" 라고 말했다. 나지금 떨고있냐..

만화방아가씨 : ??? 녀석이 지금 상당히 정신상태가 불안하다. 만화방 준용씨가 봐주면 이 영환 저 혼자 보러갈까요..?

백수 : 이 여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채다니.. 아이씨, 보러 갈건지 안갈건지 빨리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만화방아가씨 : 보러갈까? 말까? 이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것이..귀엽기도 하다. "아직 주말에 무슨 일이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 그렇지.. 다큰 처녀가 아무나 하고 영화를 보러가요.?" 그녀석의 얼굴이 불그락거린다. 아휴 재밌다.

백수 :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가기 싫어하는구나. 짤없이 거절인가 부다. 내일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 나오나. 괜히 영화보러 가자구 그랬나 보다. 에그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 얼굴이나 쳐다보는 건데..흑흑.

만화방아가씨 : "준용씨 이티켓 나 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 맞죠? 그리구 가게 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거 아니겠죠?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백수 :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勞常?. 윽 기쁜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혀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하하.. 


 


 

만화방아가씨 :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 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 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 죽겄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가고있다. 귀엽다.

백수 :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녀석이 취직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 걸 모르시나 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 오래했다 싶으면 그다음날은 꼭 안나오는 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백수 :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 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 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 싶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이런기 다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하지만 특별히 아주 단골이라 시간을 내 보겠다 라고 그럴려 했는데..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 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 건 왜일까?

백수 : 그녀가 다시 전화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잰다. 그소리가 내 귀에 들어올리 없다. 내일 아침 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백수 : 새벽에 해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하늘 아래 그 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만화방 아가씨 : 오늘은 다른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 이르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백수 : 목욕탕 안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놓으면 이렇게 다 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꼬마가 "아빠 저 아찌 백순가 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녀석이 오히려 귀얍다.

만화방아가씨 :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녀석이 반대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녀석 자기가 깨죄죄하다는 걸 이제사 느꼈나 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녀석 생각이 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걸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 보구려.. 좋을 때지.."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극장앞 영화 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찍이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수야 없지..

만화방아가씨 :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좋은 토요일.. 여유로움 속에 나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백수 : 영화관 앞 사람들이 많다. 이영환 종영이 이번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졸라큰배 3회입장객들 입장해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가 벼.. 할 수 없이 근처 앉을 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 곳에 앉기 좋은 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생각하니 별루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슬 잠이온다. 
  


만화방아가씨 :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차례가 되어 머리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이리 안마를까...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 시작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백수 :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 움~ (입내미는 소리)"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 파는 놈이면 주겨버릴껴..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다행히 영화시작 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 한시간 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그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 채 앉아 피사탑처럼 자구 있다. 쪽이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녀석이 마니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구 했는데 우쒸 그러며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 게 짜증이 났나 보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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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머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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