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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사랑이야기 1

백수의 사랑이야기 2013. 1. 19. 23:22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만큼 초창기 유행하던 인터넷유머의 고전이죠~)


백수 :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 부터 열심히 나의 이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 도저히 만화가 보고 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맞고 떨어진 그 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 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부다. 나이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법이나 배워야 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생각대로 만화책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음악이나 틀어야 겠다. 음악속의 독서.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 자식이 왠지 한권 책값으로 여러권 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 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 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권값으로 책 세권을 봤다. 오랜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챌 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없다.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졸라 열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대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부다..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때까지는 할일도 없다. 또롯또테잎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아직 남자손한번 못만져본 수처녀한테 아줌마라니..... 저녀석 졸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 겠다.

백수 :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음악이 나오는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보이지 않는걸까.. 쥐포천원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가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수 없나부다. 그녀석이 쥐포를 구어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섹시해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맞은 놈 같다.

백수 : 오늘 큰맘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봐야 했었는데.... 주인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보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같다. 라면안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놈이다.

백수 : 아침 문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먹다 나왔나부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했나부다.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 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 잠 못잘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 만화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 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그녀석이 만화책보다 말고 벌벌 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백수 :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띠게 할까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 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건네는게 이제는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 앞에 위축되어 가는거 같다. 그녀가 내얼굴이나 알까..?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백수녀석이 왔다. 다른 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녀석이 라면안끓여줬다고 삐졌나 부다. 요즘은 쥐포도 안 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백수 :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보았다. 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 부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건 시간문제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딱깜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 녀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 :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 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실업잔가부다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 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 돈도
안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사다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 할말이 있는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찾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 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 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 책들을 재밌게 본 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부다. 그럴만두 하지..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 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 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백수 :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거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어제도 저걸 밤이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 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 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 그녀를 생각하며 시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원수 같은놈..

백수 :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란 만화를 보았다. 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자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 만환가보다. 그 녀석은 나갈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면이 있다.
그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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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머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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